2월의 지리산

아들과 친구와 함께한 인내의 지리산-정유찬

천하의 정기사 2009. 3. 31. 09:27

2009년 2월 14일 봄이오는 지리산

 

삼도봉 쯤인가? 오랜만의 운해를 본다.(1979년 관악산에서 아침을 맞던 기억과 비슷하다.)

 

친구 동훈이와 아들 현우와 함께

 

 겨울이 다가기전에 새로산 아이젠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던중 친구가 머리가 복잡한 일이 있다는 소릴 듣고는 발동했습니다.

머리가 복잡할땐 산이 최고지요.

그래서 갔습니다.

아들 현우는 야영의 재미인 코펠과 버너로 밥해먹는 유혹에, 자진 참여 하였습니다.

새벽4시에 성삼재에 도착했습니다.

그놈의 구례구가는 무궁화열차는 술한잔에 취해서 70년대 통일호를 연상나게 합니다.

情이 있다는 표현이 올바른 표현인지 모르겠습니다.

바로 옆칸에는 노래방도 있고, 음료도 팔고, 게임기도 있고, 걍 바닦에 누워자면 좋겠더만.

(요즘 무궁화호는 별난것이 다 있네요?)

 

좌석이 없어 앉아는 갔는데, 세명이 각자 떨어졌습니다. 평소같으면 자리인사하고 같이 갈 수도 있었는데

아들녀석 독립심을 길러 주려고 그냥 갔습니다.

나중에 보니 아들녀석이 어떤 아가씨옆에서 걸쳐 자고있는 모습이... 부러,,,,하하

 

제가 작년5월에 혼자갈때 계산을 하고, 아침을 연화천대피소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가는 방향으로 왼쪽(서북방향)은 눈과 빙판 오른쪽(동남방향)은 맨땅, 낮에는 질퍽

아이젠을 10번도 더 신었다, 벗었다 하였습니다. 도통하더라구요,,

그래 작년에 9시30분에 도착한데를 오후1시 다되서 도착했습니다.

주린배를 웅켜잡고 가까스로 도착해서 밥하는 사이 라면끓여먹고,... 허기를 달랬습니다.

 

친구와 제아들 현우는 전문 산악인 같습니다. 이제 중학교 1학년에서 2학년 올라가는 40㎏짜리 정현우는

정말 잘 걷는 아이입니다.

글을 쓰는 요즘은 매일아침 6시에 기상 저와 누나와 같이 국립묘지 뒷산을 오릅니다.

너무도 소중한 추억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오후6시 30분에 겨우 도착한 세석대피소,,,

가져오신 복분자를 쾌히 주시던 산사람, 김치를 내주던 산아가씨,, 좋은 하루가 이렇게 가고 있었습니다.

 

토요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밥을먹고,,출발했습니다. 앞에 보이는 천왕봉으로,,

 

어제 세석산장 0.6㎞팻말앞에서 넘어져 속으로 눈물을 흘리던 녀석이 아침에는 싱글벙글입니다.

 

세석은 언제봐도 멋있습니다.  

 

 

 어제 아침에 하도 배고픈 경험을 해서 세석에서 아침해먹고, 장터목에선 라면으로 간식을 먹었습니다.

 친구가 물뜨러 왔다갔다,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다음부터는 대피소에서 사기로 했습니다.

 

뒤로보이는 노고단, 반야봉에서 여기 제석까지 흐믓합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 인생같습니다.

 

 

드디어 천왕봉, 아들 현우는 날아갈까봐 걱정입니다.

 

 

 거의 다 내려와서, 중산리 옆으로 우회해서 가는길입니다. (1시간이상 편합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산에서는 거친 숨소리로 나자신을 반성하며, 또 자연으로 돌아가는 기쁨이 있습니다.

올 2분기는 열심히 몸을 만들어 3분기 이후 아들과 백두대간을 해보고 싶습니다.

내려와 짬뽕한그릇에 맥주한잔(미성년자인 아들은 사이다를 고집해서.. 사이다 먹었습니다.)

 

고속버스는 달리고, 그렇게 2월의 지리산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